2024년, 나는 한 협상 자리에 동석했다. 미국의 수입업자가 중국에서 4방향 셔틀 시스템 한 배치를 사들이는 건이었다. 가격은 합의됐고 납기도 문제없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더 했다. "CE 기술문서는 어디에 있고, 귀사의 EU 공인대리인(Authorized Representative)은 누구입니까?" 영업 사원은 굳었다. "CE 인증서는 이미 있습니다"라며 보내왔는데, 국내 기관의 자체 선언문이었고 인증기관 번호는 어디에도 없었다. 공인대리인은? "화물은 로테르담으로 보내고 고객이 통관하면 되잖아요?" 그 거래는 죽었다. 가격이 아니라, 그 장비가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중국산 자동화 장비를 유럽에 들일 때 CE 마크는 입장권에 불과하다. 진짜 관문은 두 가지다. "EU 역내에 공인대리인(AR)이 있는가", "기술문서를 내놓을 수 있는가".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도착 항구에서의 억류, 재수출, 벌금이 현실적인 결말이다.
공인대리인은 "영업 대리점"이 아니다 — 당신의 법적 대리인이다
개념부터 정리하자. EU 제품법 체계는 네 가지 경제주체(economic operator)를 인정한다. 제조자, 공인대리인, 수입자, 유통업자다. 많은 중국 공장들은 "나는 유럽 고객에게 파는 거니 컴플라이언스는 고객 문제"라고 생각한다. 틀렸다. 법이 보는 것은 제품을 EU 시장에 출시(placing on the market)하는 행위다. 처음 출시한 자가 수입자가 되고, 수입자로서의 컴플라이언스 의무를 진다.
그렇다면 공인대리인이란 무엇인가. EU 역내에 설립된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제조자의 서면 위임(mandate)을 받아 제조자를 대신해 특정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수행하는 자다. 키워드는 세 가지. 서면 위임, EU 역내 설립, 특정 업무. "사촌이 독일에 사니까 되겠죠"는 안 된다. 위임장에는 어떤 업무를 위임하는지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AR이 통상 위임받는 업무는 EU 적합성 선언서와 기술문서를 보관하고, 시장감시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이를 제출하며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독일 시장감시관이 노크하고 "이 AGV의 기술문서를 보여주시오"라고 할 때 EU 역내에서 응대할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 누군가가 없으면 감시관은 바로 수입자에게 가고, 수입자는 내밀 수 없으며, 화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AR이 의무가 되는 경우는 언제인가. 제품 범주와 적용 법령에 달려 있다. 단단한 규칙 하나는 EU 시장감시 규정 (EU) 2019/1020 제4조다. 이 규정이 적용되는 제품은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책임지는 EU 역내 경제주체가 있어야만 EU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 그 주체는 제조자(EU 법인을 둔 경우), 수입자, 공인대리인, 이행서비스 제공자 중 하나다. 자동화 장비는 완전히 범위에 들어간다. 실무적으로 EU 역외 제조자는 자사 EU 법인을 세우거나, AR을 지정하거나, EU 수입자가 그 역할을 맡게 한다. 다만 수입자가 그 책임을 질 의향이 있는지는 계약서에 못 박아야 한다.
시점 관련 참고 하나. EU 기계 규정 (EU) 2023/1230은 채택됐고, 현행 기계 지침 2006/42/EC를 대체해 2027년 1월부터 전면 적용된다. 새 규정은 디지털 문서와 "실질적 변경"의 정의에서 더 엄격하다. 지금 장기 공급 계약에 사인한다면, 적용 법령이 갱신될 때 제조자가 적합성을 재평가할 책임을 지는 조항을 넣어라. 2027년에 화물이 항구에 닿아서야 "규칙이 바뀌었네"를 깨닫지 마라. 정확한 조항은 최신 EU 공식 문서를 확인하라.
기술문서: CE 마크 뒤에 있는 실체
가장 큰 오해는 CE 마크를 "인증서"로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제조자의 적합성 자체 선언이다. 그 뒤의 실체가 기술문서다. 시장감시는 마크를 붙였는지를 보지 않는다. 세 가지를 본다. EU 적합성 선언서(DoC), 기술문서, 그리고 제품 자체가 적합한지다.
방어 가능한 기술문서는 최소한 다음을 포함한다.
제품 설명과 용도(모델 목록 포함), 설계 도면, 회로도, 제어 로직 문서, 위험성 평가——기계에서는 핵심으로, 규격에 비춰 위험요소와 보호대책을 항목별로 열거한 것——적용 조화규격 목록(기계 안전, EMC, 저전압 등), 시험 보고서(EMC, 전기 안전), 그리고 사용설명서——판매 국가의 공식 언어로 돼 있어야 한다. 독일에 팔려면 독일어 매뉴얼이 필요하다. 영어로는 안 된다.
무선 통신 기능이 있는 AGV와 자동 지게차는 무선기기 지침(RED, 2014/53/EU)의 대상이기도 하다. 내장된 모터와 컨트롤러는 EMC 지침(2014/30/EU)을 만족해야 한다. 기계 한 대의 파일은 대개 200~300페이지에 달하고, 설계가 바뀔 때마다 파일에도 반영해야 한다. "몇 천이면 CE 인증서 사준다"는 업체가 만드는 것은 순수한 템플릿 문서다. 진짜 검사가 들어오면 보기만 해도 무너진다.
치명적인 디테일 하나. 보관이다. 법령은 대체로 마지막 1대가 시장에 출시된 후 10년간 기술문서를 보관하도록 요구한다. 프로젝트가 출하되면 파일을 흩어버리는 공장이 많다. 3년 뒤 유럽 고객이 검사를 받고 공장에 파일을 달라고 하면 "담당 엔지니어가 퇴사해서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타격을 입는 것은 EU 역내 수입자나 AR이다. 그래서 AR 위임장에는 명시가 필요하다. 제조자는 설계 변경을 AR에게 통지하고, AR은 기술문서의 완전한 사본을 보관한다는 것.
수입자의 출하 전 체크리스트
미국이나 유럽 수입자의 입장에서, 중국산 자동화 장비 계약에 사인하기 전에 이 목록을 돌려라.
첫째, 제조자에게 세 가지를 요구하라. DoC 초안, 기술문서 목차, CE 마킹의 근거가 된 조화규격 목록이다. 내밀 수 없으면 가격이 아무리 좋아도 사인하지 마라. 구매가에서 아낀 돈으로는 재수출 화물 운송료 한 번도 못 댄다.
둘째, AR 체제를 정하라.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제조자가 이미 EU의 AR을 지정한 경우(위임장 사본을 받아라), 자신이 수입자로서 경제주체 책임을 진다(리스크를 솔직히 평가하라), 혹은 제3자 컴플라이언스 업체를 AR로 고용한다(연간 서비스료). 무엇을 고르든 구매 계약서에 명기하라.
셋째, 자사 제품 범주의 지침을 확인하라. 기계 지침·규정이 베이스, 무선에는 RED, 전기 계통에는 저전압과 EMC, 리튬배터리 운송에는 UN38.3(이것은 운송 얘기다. 창고 보관은 별도 요건이 있다)이다. 범주를 틀리면 이후의 모든 것이 틀린다.
넷째, 매뉴얼 언어다. 여기서 죽는 분쟁이 많다. 장비가 도착했는데 매뉴얼이 중·영뿐이라 독일 고객이 거부한다. 필요한 언어 버전을 계약서에 넣어라.
다섯째, 컴플라이언스 유보금을 잡아둬라. 나의 관행은 계약금액의 5–10%를 최종 대금에 남겨두고 통관과 문서 완비 후에 풀어주는 것이다. 공장이 가장 소홀히 여기는 것은 파일 같은 "소프트" 납품물이다. 돈이 걸려 있지 않으면 1년 내내 쫓아다니게 된다.

자꾸 보는 세 가지 함정
함정 하나. 인증서는 진짜, 제품은 가짜. 한 모델로 인증을 받고 다른 사양으로 출하하는 공장이 있다. 싼 모터와 컨트롤러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EU 검사는 도착한 현품을 기술문서와 항목별로 대조한다. 사양이 맞지 않으면 그 배치 전체가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대책: 핵심 부품 목록을 계약서에 고정하고 입고 검사에서 상자를 열어 확인하는 것이다.
함정 둘. "간판만" AR. 연간 수백 유로에 대행하는 저가 AR 서비스가 있는데, 일이 터지면 연락이 안 된다. 시장감시의 서신을 30일 무시하면 제재가 에스컬레이트된다. AR은 세 가지로 판단하라. 실존하는 물리적 사무실, 과거 대응 실적, 그리고 계약 전에 완전한 기술문서를 요구하는지 여부다. 묻지도 않고 사인하는 AR은 그 자체가 리스크 신호다.
함정 셋. 미국의 플레이북을 유럽에 적용하기. UL 인증은 미국의 논리다. 유럽은 UL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는 것은 CE 제도 하의 적합성 평가뿐이다. 미국 수입업자가 독일 세관에 UL 인증서를 내미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답은 짧았다. "그건 미국 얘기지." 두 개의 시장, 두 개의 룰북. 섞지 마라.
마지막으로 솔직한 한마디. 컴플라이언스 비용은 아낄 수 없다. 고를 수 있는 건 언제 낼지뿐이다. 계약 전에 내면 인증 비용, AR 서비스료, 파일 작성——상품 가치의 3–8% 정도다. 억류 뒤에 내면 체선료, 재수출 화물 운송료, 벌금에 고객 클레임까지——쉽게 열 배다. 이 업계 20년, 첫 납입금을 깎고 두 번째 납입금에 0을 더하는 사장들을 너무 많이 봤다. 장비를 유럽에 팔려면 먼저 AR과 기술문서를 확정하라. 나머지는 전부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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