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 무전기가 새벽 3시에 나를 깨웠다.

"반장님, 3호기가 또 멈췄어요. 앞에 장애물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밀가루 먼지 구름뿐이에요."

3호기는 완제품 밀가루 창고의 AMR 중 하나로, 파렛타이저에서 대기 구역까지 25킬로짜리 밀가루 자루를 하루 100회가 넘게 옮기고 있었다. 밀가루 창고에서 일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공기 중에는 항상 희미한 흰 안개가 떠다닌다. 빛줄기 속에 떠다니는 게 보인다. 로봇은 파렛타이저의 바람 하류 쪽, 먼지가 가장 짙은 곳에서 멈춰 있었다. 그 야간 근무에만 7번이나 비상 정지했고, 한 번 멈출 때마다 누군가 걸어가서 리셋해야 했다. 야간 반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솔직히 말하자. AMR이 오기 전, 벤더의 제안서는 꿈처럼 보였다. 주행 정밀도 2센티미터 이내, 360도 장애물 감지, 사각지대 제로. 그런데 계약서의 작은 글씨에 아무도 주의 깊게 읽지 않은 한 줄이 있었다. "운용 환경: 깨끗하고 건조한 실내 바닥." 깨끗하고 건조한? 밀가루 창고에서? 나중에 따지러 가니 "합의된 환경을 벗어난 사용"이라고 했다. 기계 수리는 해주지만, 오정지는 고장으로 치지 않았다. 그 손실은 우리가 떠안았다.

먼지 많은 창고의 AMR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사실이 있다. 문제는 로봇이 짐을 옮길 수 있느냐가 아니다. 그 로봇의 "눈"이 먼지 너머를 볼 수 있느냐다. LiDAR는 레이저 빔을 쏘고 반사가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잰다. 밀가루 먼지가 공중에 떠다니고, 빔이 먼지 입자에 부딪혀 곧바로 튕겨 돌아오면, 로봇은 30센티미터 앞에 벽이 있다고 판단한다. 비상 정지, 경보, 그리고 사람이 와서 구출해 줄 때까지 대기. 업계에서는 이를 "공중 반사"라고 부른다. 먼지는 창고에서 가장 흔한 오작동 원인으로, 안개와 증기보다 앞선다.

더 교묘한 문제는 두 번째다. 먼지가 LiDAR 창에 쌓여 막을 만든다. 한 번에 눈이 멀어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멀어진다. 처음에는 주행 정밀도가 2센티미터에서 5센티미터로 틀어졌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2주 뒤 로봇들이 교차로에서 "망설이기" 시작하며 S자 곡선을 그렸다. 한 달이 되자 한 대는 자기 위치를 완전히 잃고 북쪽을 찾겠다며 그 자리에서 빙빙 돌았다. 소프트웨어 버그인 줄 알았다. 벤더는 하루 종일 원격 진단을 하더니 LiDAR 창을 닦으라고 했다. 천으로 한 번 훔치니 밀가루 먼지로 새하얘졌고, 로봇은 완벽하게 달렸다. 그날 진짜 교훈을 배웠다. 먼지 많은 창고에서 AMR의 유지보수 1순위 대상은 바퀴도 배터도 아니다. "눈"이다.

같은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우리가 하나씩 해결해 나간 방법을 여기 적는다.

1단계는 가장 원시적인 것이었다. 닦는 것. 유지보수표에는 "LiDAR 창은 매주 청소"라고 적혀 있었다. 밀가루 창고에서는 이건 농담이다. 근무조마다 1회로 바꿨다. 야간 팀은 교대 때 마른 무진천으로 창을 닦는다. 2분이면 끝이다. 이 하나의 변경으로 오정지는 하루 7~8회에서 3~4회로 줄었다. 솔직히, 이 2분이 건물 전체에서 가장 ROI가 높은 2분이다.

2단계는 소프트웨어 튜닝이었다. 벤더 엔지니어가 원격으로 두 개의 파라미터를 열었다. 멀티 에코 필터링이다. 레이저가 여러 반사를 받으면 가장 먼 것을 진짜 장애물로 삼고, 가까운 것은 먼지 노이즈로 버린다. 그리고 근거리 장애물의 신뢰도 임계값을 올렸다. 먼지 반사는 약하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튜닝 후 오정지는 하루 1~2회로 또 줄었다. 하지만 필터링을 너무 세게 걸면 대가가 있다. 한 번은 바닥에 있던 빈 파렛을 필터가 지워 버렸다. 로봇이 그대로 들이받아 바퀴가 30분 동안 끼었다. 필터 강도와 감지 민감도는 트레이드오프이고, 먼지가 가장 짙은 구역에서는 인간 판단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 파라미터를 최대로 올리지 마라.

3단계는 거의 틀릴 뻔했다. 누군가 제안했다. LiDAR를 완전 밀폐 방진 커버로 감싸 버리면 영원히 해결되는 거 아니냐고. 벤더 엔지니어는 고개를 저었다. 열은 어떡하냐고. 구동 모터와 컨트롤러는 원래 뜨겁다. 밀폐해 버리면 35도짜리 여름날에 모터가 과열돼 출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완전 밀폐 IP65를 내세운 데모기를 빌려 시험해 봤다. 방진 성능은 진짜였다. 하지만 4시간 연속 운전 후 본체는 계란 프라이가 될 만큼 뜨거워졌고, 3일째에는 모터 과열 알람이 뜨기 시작했다. 결론은 대부분의 직관과 반대다.

IP 등급이 높다고 항상 좋은 건 아니다. IP 코드에서 첫 번째 숫자는 먼지를 나타낸다. 5는 "방진"을 뜻한다. 먼지가 좀 들어가도 동작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미. 6은 완전한 "밀폐 방진"이다. 6이 이길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먼지 많은 창고에서 완전 밀폐 IP65 본체는 열덫이 된다. 모터와 컨트롤러가 고온에 구워지며 수명이 짧아진다. 우리의 기준은 이제 IP52 이상이다. MiR의 600과 1350은 시장 최초의 IP52 등급 AMR로, 방진에 방적까지 갖춘 "험난한 환경" 전용 설계다. 화학 공장이 아닌 밀가루 창고에서는, 성실한 청소와 함께하는 IP52가 IP65를 이긴다.

두 번째로 직관을 배신하는 이야기. 가장 비싼 LiDAR가 가장 방진에 강한 건 아니다. 고채널 3D LiDAR를 단 유닛을 시험했는데, 점군이 촘촘한 만큼 먼지 속 노이즈도 촘촘해졌고, 오경보는 오히려 원래 기체보다 많았다. 가장 안정적이었던 건 멀티 에코와 먼지 필터링 알고리즘을 갖춘 평범한 2D 안전 LiDAR였다. 먼지가 자욱한 공기 속에서 "눈"에게 중요한 것은 채널 수가 아니라 간섭 방지 알고리즘이다.

우리의 조달용 레드라인 체크리스트.

항목 우리의 레드라인 이유
보호 등급 기체 전체 최소 IP52. IP5X가 하한 밀가루 창고의 IP20 기계는 기부나 다름없다
LiDAR 멀티 에코 또는 먼지 필터링 알고리즘 필수 이것 없이는 공중 반사 오정지가 치료 불가
열 설계 완전 밀폐 무통풍 설계 금지 밀폐 IP65 유닛은 여름에 과열돼 출력이 떨어진다
인수 조항 계약서에 명기: 먼지 환경에서 연속 8시간당 오정지 3회 이하 말 약속은 안 친다. 문서가 힘이다
서비스 접근 LiDAR 창과 필터는 손으로 분리 가능할 것 청소에 사다리와 패널 분해가 필요하면 3개월 안에 아무도 안 한다

마지막 항목은 뼈아픈 협상에서 나왔다. 인수 기준을 명기한 보충 계약을 맺었다. "먼지 구역에서 연속 8시간당 오정지 3회 이하", 그렇지 않으면 기계는 반품. 벤더는 처음에 반발하며 우리 환경이 특별하다고 했다. 1주일 대치 끝에 엔지니어를 3일간 상주시켰고, 필터의 모든 파라미터와 청소 루틴을 튜닝해 한 번에 통과했다. 그 이후로 우리 창고에 들어오는 모든 장비의 인수 조건에는 환경 조항이 붙는다. 현장 동료 여러분, 계약서에 없으면 A/S 논쟁에서 반드시 집니다. 매번 그렇습니다.

유지보수는 이제 팀이 "빅3"이라고 부르는 것을 근무표에 고정해 돌린다.

첫째, 근무조마다 마른 무진천으로 LiDAR 창을 닦는다. 젖은 걸레는 절대 안 된다. 물과 밀가루는 풀을 만들어 센서를 더 심하게 막는다. 둘째, 필터를 매주 교체한다. 섀시 냉각 흡기구에 필터가 있는데, 밀가루 먼지는 2주면 절반을 막는다. 흡기 풍량이 떨어지면 모터 온도는 곧바로 오르고, 주행도 덩달아 틀어지기 시작한다. Xiao Wang이 한 번 교체를 거른 적이 있다. 로봇이 "용을 그리듯" 달리며 수십 센티미터나 코스를 이탈해 랙을 칠 뻔했다. 셋째, 매달 바퀴 트레드와 구동축을 청소한다. 축축한 밀가루는 바퀴에 눌어붙고, 한 번 코팅되면 미끄러짐과 오도메트리 오차가 생긴다.

로봇 4대에 빅3 루틴 비용은 인건비와 소모품으로 월 800위안도 안 된다. 하루 7~8회 오정지를 삼키던 시절에는 1회 리셋과 대기가 평균 12분. 로봇 1대당 하루 거의 1시간의 가동 손실이었다. 우리 물량에서는 한 달에 옮기지 못한 화물의 비용이 유지보수비의 열 배를 훨씬 넘었다.

현장의 동료들에게 마지막 당부. 밀가루 창고, 사료 공장, 건자재 야적장. 공기에 먼지가 떠다니는 곳이라면 AMR이 들어오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라. 기체의 IP 등급은? 그 LiDAR는 먼지가 뭔지 아는가? 계약서에 먼지 환경 인수 기준이 있는가? 세 가지에 다 답할 수 없으면 서명하지 마라. 벤더의 제안서는 실험실용으로 쓰였다. 먼지는 당신의 창고에 있지, 그들의 창고에 있지 않다.

Chen Feng, 창고 운영 관리자 지음 영어판 번역본입니다. 내용이 다를 경우 영어판을 우선합니다.